잘 나가던 박종흠 이팝소프트 대표의 발목을 잡았던 것은 ‘영어’였습니다. 넥슨 퇴사 후 만든 회사가 외국에 인수되고부터 많은 영어 회의에 참석해야 했습니다. 박 대표는 “영어 정복에 걸린 시간이 꼬박 2년”이라며 “문법 지식으로 말을 설계하면 늦고, 이해 가능한 단어와 문장을 머리에 최대한 쌓아야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대표가 영어교육 스타트업 대표로 살아가 된 이유에는 이때 몰입했던 학습 경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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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회사 근무는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일단 회의 방식이 달랐습니다. 컨퍼런스 콜이 열리면, 미국 캘리포니아의 본사 임원들과 전 세계 지사장들이 영어로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박 대표 인생에 ‘영어’라는 키워드가 새삼 등장하게 된 계기입니다. 당시 영어 실력에 대해 그는 “읽기랑 쓰기는 80~90점을 줄만 했는데, 말하기가 50점 수준이었다”며 “회의 때 말 자체를 꺼리게 됐다”고 회상했습니다.
한수정 당시 EA코리아 사장이 꺼낸 말에 기분이 나쁘진 않았습니다. “말도 ‘바보 같이’ 하는 대표의 회사를 왜 인수했냐”는 회의 참석자 말을 지사장에게 전해 듣는 순간, 그는 ‘내가 무언가 못한다는 소리를 듣다니’라 생각하며 색다른 감정에 휩싸였다고 합니다. 때마침 맡은 프로젝트에서 영어 회화가 필요해지기도 했습니다. EA 재직 시절 그의 성과로 남은 피파온라인3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캐나다의 게임 스튜디오와 실시간 회의가 늘었던 것입니다.
직장인의 영어 정복 일대기가 시작됐습니다. “2년간 그룹 회화‧화상 영어‧전화영어 등 각종 교육을 안 해본 것이 없다”고 그는 회상했습니다. 유명 강사의 온라인 강의도 들어보고, 소위 ‘똑딱이’라 부르는 영어 학습기를 써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세계적 언어학자 스티븐 크라센의 언어 학습 방법론을 접했습니다. “정답은 이해 가능한 ‘인풋’을 늘리는 것이었습니다. 문법에 의한 절차적 지식으로 문장을 만드는 것은 실제 대화에선 너무 느렸어요. 머릿속에 단어와 문장을 차곡차곡 쌓아두면, 결국 말로 튀어나오는 구조였습니다.”
학습 방법을 바꿨습니다. 고속터미널 근처에서 살던 그는 회사가 있던 삼성역까지 25분 남짓을 원서를 읽는 데 썼습니다. 퇴근하고도 문법 구조를 신경 쓰지 않고, 문장과 단어를 암기하는데 1시간씩 투자했습니다. 고전 소설 ‘파리대왕’부터 ‘해리포터’까지 다양한 책을 소리 내 읽고 외웠습니다. 영화나 드라마 활용은 자제했습니다. 반복 학습이 어려워서입니다. 2년 뒤엔 질의응답이 포함된 영어 회의에 아무런 제약이 없을 정도로 실력이 늘었습니다. 함께 이팝소프트를 창업한 최영민 대표는 넥슨 때부터 함께한 개발 동료로, EA에서도 함께 재직 중이었습니다. “어느 날 회의 끝나고 나오는데, 최 대표가 그러더라고요. 누굴 잘 칭찬을 하는 성격이 아닌데, 진짜 놀라서 ‘영어를 왜 이렇게 잘하냐’고 하더라고요. 뒷골이 찌릿찌릿, 너무 좋아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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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http://n.news.naver.com/article/015/0004795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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